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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미] 개발자도 기획해요 - #2 기획 경선, 진짜 나가?

김씨리 2021. 10. 17. 18:43

이전글 : 2021.10.10 - [✍🏻] - [캐치미] 개발자도 기획해요 - #1 기획을 시작한 이유

 

[캐치미] 개발자도 기획해요 - #1 기획을 시작한 이유

쉽지 않은 글의 시작이다. 너무 생각이 많으면 전달이 어려워서다. 이를 정리하기 위해 첫 서비스 기획 프로젝트 회고를 남겨보려 한다. 나는 개발자다. 정확히는 약 6개월 전 개발자 지망생일

khl6235.tistory.com

 

 

 

 

대학생 연합 IT 벤처창업동아리 SOPT(이하 SOPT, 솝트)에는 약 3주간의 장기 해커톤, 앱잼이 있다. 기획, 디자인, 개발 파트원들이 모여 하나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앱잼은 솝트의 꽃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행사이다.

 

앱잼에서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기획 경선에 나가야 한다. 여러 명의 기획 파트원들이 기획 경선에 나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서비스의 의미를 설득한다. 이후 모든 회원을 대상으로 투표가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정해진 수만큼의 PM(Project Manager)이 선발된다. PM이 되면 자신의 아이디어로 앱잼에 참여할 수 있다!

 

기획 파트원으로 28기 솝트를 참여한 이상 앱잼에서 내 아이디어로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PM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기수 시작 무렵부터 들었던 생각은 '앱잼에 나갈 정도의 퀄리티가 아니라면 굳이 나가지 말자.'였다. 나름 동아리의 고인물로써 3번의 앱잼을 경험하며 우리 팀을 포함한 수많은 서비스와 PM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들었다. 그리고 현업 기획자의 경우에는 기획 능력이 더 중요하겠지만, 솝트에서의 PM은 기획자로서의 역할과 함께 팀 전체를 이끄는 리더의 역할도 주어지기 때문에 열 명이 넘는 인원을 장기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도 스스로 많이 들었다.

 

 

기획경선 발표중. 너무 어리버리하게 나와서 좀 가려봤다.

 

 

 


 

 

 

 

이런 고민들을 몇 달간 하다가 5월 중순쯤 앱잼에 가지고 나가고 싶은 아이디어가 불쑥 떠올랐던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들이 세세히 떠오른 것은 아니고, 내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에 대한 어렴풋한 느낌이 먼저 들었다. (기획 파트원 친구들과의 브레인스토밍, 아이데이션을 통해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다들 최고)

 

최근 트렌드인 N잡러, 부캐와 같은 키워드에서 출발했다. 페르소나는 바로 나 자신.

 

페르소나란,
Persona, Personalization(개인화)
서비스 기획을 시작할 때, 가상의 사용자를 뜻함. 가상의 인물에 대한 특징을 사실과 부합하도록 상세히 써서 기획을 구체화시킬 수 있다.

 

 

 

가장 가깝고 그나마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나 자신이었다. 내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이다 보니 아무래도 가장 많이 느끼던 니즈와 방향성을 반영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좋아하는 게 참 많은 사람이다. 한 가지에 확실하게 미쳐있다기보다는 잡다하게 좋아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다. 지금 몸담고 있는 IT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개발과 기획, 다른 취미들 중에서는 영화, 음악, 여행, 산책, 글쓰기, 인디 음악, 운동, 커피, 맛집 탐방, 인센스, 술, 시, 새벽에 혼자 놀기 등등... 대충 생각해봐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이만큼이나 떠오른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정확히 다 알지 못할 뿐 다양한 것들을 좋아하고 즐기면서 인생을 채워가고 있을 것이다.

사실 얕고 넓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예전에는 그다지 내세울만한 특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세상은 점점 바뀌고 있다. 그리 오래 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 '한 우물만 파야지' 에서 '다양한 걸 하면서 살아야지'로 의식이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본인의 여러 모습을 발견하고 싶어 하고 다양한 취미나 관심사를 가지고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생각했다. 이를 증명해주는 것이 부캐 놀이 문화의 성행과 메타버스의 등장이다.

 

메타버스, Metaverse
3차원에서 실제 생활과 법적으로 인정되는 활동인 직업, 금융, 학습 등이 연결된 가상 세계.
아바타를 이용해 활동을 하게 되는 가상의 세계.
예) 제페토, 모여봐요 동물의 숲, 싸이월드 미니미 등

 

 

 

메타버스가 뭐냐고 물으면 정말 설명하기가 어렵다. 나도 아직 정확히 모르기도 하고, 아직까지 기존의 가상세계와 비교하여 명확한 비교 분석을 하며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10, 20대에게 메타버스의 존재나 활동은 아주 자연스럽다. N잡러나 부캐 활동 역시 메타버스의 일종이므로 인지하고 있는 연령층까지 합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타겟층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꼭 이렇게 트렌드를 따라야지! 라는 마인드에서 출발했다기보다는 '재밌는 거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위에서 나열했듯이 좋아하는 것이 많은 나 같은 사람들이 본인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들을 더 확장하거나 깊게 몰두하기를 바랐다. 좋아하는 것들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싶었다.

 

 

 

그래서 완성된 서비스 소개 멘트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삶을 다채롭게 살고 싶다!

이런 니즈에서 시작했는데, 그렇다면 어떤 내용이 담긴 서비스여야 할까. 이어서 어떤 서비스를 구상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위와 같은 생각을 자주 하긴 하지만 정확히 내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정리하기는 힘들었다. 분명 매일 무언가를 하고 일상 안에서 나는 여러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아야 할까?

무엇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는지 알 수 있다면 나의 관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방향을 찾는 것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취미였다가 나중엔 커리어가 될지도 모르는 일) 또, 여유가 없어서 잊고 지냈던 것들을 다시 끄집어내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때 좋아했던 것을 까먹는 건 조금 슬프지 않은지...:-(

하다 말았던, 맘 속으론 시작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활동들을 다시 이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캐치미 서비스를 구상했다.

 

 

 

초기에 떠올린 유저의 서비스 사용 방향 

 

 

 

결과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내 모습을 캐릭터로 설정해 앱 속에서 캐릭터들을 관리한다는 접근까지 왔다. 이를 위한 메인 기능으로는 캐릭터 생성, 캐릭터별 활동 입력, 활동 확인을 먼저 떠올렸다. 다른 세부적인 내용들은 자연스럽게 필요한 것을 채워넣고, 추후 나와 같은 팀이 될 팀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기능을 추가/삭제하면서 완성될 것들이었다.

와이어프레임과 IA를 그릴 수 있는 정도로 구체화가 되자 때마침 기획 경선 발표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

 

 

 

 


 

 

 

 

 

28기 솝트 기획 경선에 나가기 위해서는 발표 전 제출해야 할 자료가 몇 가지 있었다. 회원들에게 공개할 서비스 소개 노션과 한 페이지에 중요 내용을 모두 담은 OPR(One Page Report).

 

 

소개 노션에는

와이어프레임, 기능명세서, IA, PM 후보 자기소개 등 서비스와 나에 대한 세세한 설명들이 포함되었다. 어떤 문제에서부터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는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도출한 과정이 무엇인지, 예상한 고객 여정은 어떤 것인지 등 기획적으로 고민한 부분들을 노션 안에 상세히 적어둘 수 있었다.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화면들을 표현한 와이어프레임, 메인과 서브 기능들의 관계를 표현한 IA(Information Architecture), 기능이 어떤 동작을 하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기능 명세서를 "기능 자료"로 소개했다.

많은 솝트 회원들이 질문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오픈 카톡방 링크와, 함께 제출한 OPR,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모두 아카이빙 해놓은 Q&A 모음 페이지를 "앱잼 자료"로 게시해두었다. 실제로 개인 메시지나 익명 오픈 카톡방으로 질문을 굉장히 많이 주셔서 이에 대한 답변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서비스가 훨씬 구체화되었다. 솝트인들의 뛰어난 인사이트로 내가 가져가야 할 부분과 더 고민해야 할 부분들을 알게 되었고 캐치미의 방향성도 보다 빠르게 잡혔던 것 같다.

 

 

노션 일부분 캡쳐. 서비스명이 캐치미라서 카드캡터체리 ost도 노션에 넣어놨었다.

 

사진에 보이는 질문의 6배 정도 질문이 들어왔었다

 

 

 

OPR에는

서비스명, 서비스 한 줄 설명, 문제점과 해결 방안, 메인 기능, 타겟, 팀 비전 등을 포함시켜 딱 한 장의 pdf 파일로 제출했다. 각자 본인의 서비스를 부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제작하는 방식이었는데 나는 너무 많은 내용이 들어가서 보는 사람의 피로도를 높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간단하게 만들었었다. 사실 설명하고 싶은 내용들을 한 장 안에 줄이기가 힘들었던 것도 있다. 노션에서 상세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으니 오히려 노션을 확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내 서비스를 소개하고 설득시키기 좋은 방향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디자인에 자신이 없어서 다크하게 만들어버렸는데... 이게 테마가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이 노션과 OPR을 만들던 시기에 혼자 훌쩍 제주도로 떠나 있었는데 덕분에 내 인생 최종 목표인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지금 다시 보니 꿈같았던 제주🏝

 

 

 


 

이렇게 준비를 해서 기획경선을 나가게 되었다! 기획 경선 날에는 기획&디자인 팀빌딩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더 상세히 써보도록 하겠다. 기획 경선 날이 캐치미의 시작이 되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는 날이라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낮부터 저녁까지 잠시도 정신이 쉴 틈이 없었던 아주 바쁜 하루였다는 말을 먼저 남긴다...